추천사

『우리 몸 우리 자신』은 나이가 들면서 어느 날 내게 몸이 있음을 깨닫는 시점에서 만났다.  8년여 전, 삼사십대 여성 예닐곱이 모여 자신들의 몸을 더 잘 알기 위한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그때 선택한 책이 ?우리 몸 우리 자신? 영어판이다. 여러 사람한테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진작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마주한 것은 작은 공부 모임에서다.우리 모임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몸과 우리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우리를 매혹시킨 첫 장은 거울을 앞에 두고 자기 몸을 똑바로 보라는 것이었다. 거울 앞에서 자기 몸을 꼼꼼히 살펴본 경험이 별로 없었던 우리로서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 자리에서 거울을 꺼내 들고 보지는 않았지만, 자기 몸에 대한 생각, 콤플렉스, 불만족 등을 이야기하면서 저도 모르게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런 반응은 비단 첫 장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포함한 장을 읽어갈 때도 계속되었다. 사실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몸이 불편해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성, 욕망, 병, 임신, 관계들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전에는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많은 질문들을 서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욕망은 무엇이고, 몸이 아플 때는 어디가 어떻게 아프며, 어떻게 서로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매우 실용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일어나는 내 몸의 변화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여성 친화적이지 못한 의료 체계가 여성들에게 줄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몸 우리 자신』은 여성과 건강에 대한 교육을 하는 미국의 비영리 조직인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에서 썼다. 이 조직은 수백 명의 여성들이 공동 작업한 이 책을 다른 언어로 옮길 때 해당 언어권 여성주의자들이 참여해 사례를 함께 모으고, 지역의 특성을 살리도록 하는 번역 정책을 갖고 있다. 공부 모임 때는 한글로 번역된 책이 없어 영어판을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내 수십 명의 한국 여성들이 참여해 수년여의 공동 작업 끝에 한국어판이 출간된다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이 책은 단순히 여성 건강에 관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책이 아니다. 여성 몸에 관한 여러 정보와 관리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 주는 동시에, 우리 몸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여성으로서 자부심과 힘을 자각하게 된다. 또한 책 편집에 참여한 각양각색의 여성들이 토로한, 아주 개인적인 경험들을 접하면서 여성들의 연대를 생각하게 된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혼자 고민하는데, 이 책에서 다른 여성들과 만나면, 그 만남을 통해 자신의 몸과 삶의 주인이 되리라고 믿는다.

― 조옥라(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특히 심리적인 차이가 비교적 알려져 있는 것은 여자와 남자가 한솥밥을 먹고 산 오랜 경험 때문인가 보다. 여자와 남자가 같은 현상이나 사물을 보고도 달리 생각한다는 것을 일상에서 흔히 경험한다.

언젠가 TV에서 사자 가족을 다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암사자들은 엄마, 자매, 이모, 외할머니와 친밀하게 일생을 같이 보내는 반면, 숫사자들은 관계가 일정하지 않고 2~3년마다 손님처럼 대상을 바꿨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이 방송 해설자 남성은 숫사자가 그 집단의 왕이고, 암사자가 순종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고 표현했다. 같은 내용을 보고도 이해 방식이 딴판이었다.의과대학 1학년 시절 해부학 수업에서였다. 남자 교수님은, 남녀의 성적 차이를 설명하면서, 여자는 남자가 발달하는 마지막 과정을 밟지 않고 미성숙한 상태에서 정지한 채로 태어나는 셈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4학년 즈음 임상 경험을 하다 보니, 남녀가 공통된 모습에서 갈라져서 남자는 어느 순간부터 남성 호르몬에 의해 과도하게 발달하는 탓에 선천성 기형이 많다는 것을 홀로 터득하게 되었다. 한 현상을 두고 남자 의사와 여자 환자가 부여하는 의미가 서로 다르다 보니, 여자 환자 혼자서 속을 끓는 장면을 흔히 보게 된다. 유방암 환자만 봐도 그렇다. 유방 절제는 여자 환자에게는 성적 상징을 절제한다는 의미로 다가오고, 남자 의사에게는 암 조직 절제라는 최선의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으로만 여겨지는 것 같다. 얼마 전 여자 의사들과 남자 의사들 사이에서도 유방암 치료법을 두고서 유방 보존이냐 절제냐 설왕설래가 있었다.신약이 개발될 때에도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독성 검사가 이루어진다. 그런 탓에 시판된 후 여성들이 약물에 보이는 반응이 예상과 빗나가고 부작용이 더 큰 예가 많다. 남자의 몸을 기준으로 하고, 여자의 몸은 거기에서 약간 가감하여 보면 되는 줄로 아는 경향 때문이리라.

의료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아이가 없으면 과거에는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남자의 씨를 받아 대를 이으려고 하더니, 이제는 아이 낳는 문제가 과학 기술과 결합해, 불임 치료에 관한 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를 축하해야 하는지 착잡한 기분이 들고, 종국에는 이 기술의 축적이 인간 복제로 이어질까 걱정이 된다. 또한 아기를 하나만 낳는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예상 밖이었다. 그 덕분인지 여아 지우기는 줄어든 반면, 이제는 태아에게 경증의 기형만 있어도 태아를 지우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세상사가 단순 명확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의학적 판단에도 고려해야 할 관점이 여럿 있다. 의학적 판단에 고려되어야 할 여자와 남자의 신체 차이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남녀의 심리적 차이가 여자들의 경험과 여성 과학자의 노력에 힘입어 많이 밝혀진 것처럼, 남녀의 신체 차이도 결국 여성들이 밝혀내야 할 몫으로 생각된다. 『우리 몸 우리 자신』은 남성 중심의 의료 풍토를 거부하고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몸을 살피는 책이다. 수많은 여성들의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책은 여성들 자신이, 또 여성을 진료하는 의료인들이 여성의 몸을 알아 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우리 여성들이 우리 사회 나름의 여러 문제도 생각해 볼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의과대학의 여학생 수가 절반인 시대도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여성들이 서로 힘을 합해 남성 중심의 의료 풍토를 바꾸어 나갈 것을 기대하며, 보석 같은 이 책의 국내 출판을 위해 애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 최규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진단방사선과 교수)

 

 

19세기 이후 물질문명의 발달과 함께 서구 의료는 사회의 다른 분야에 비해 지나칠 만큼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은 게 사실이다. 인류의 삶에 기여한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월성의 폐해 또한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건강’을 본질적으로 본다면 의료 전문인이 그리 대단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건강의 본질은 오히려 각 사람들의 ‘일상’ 안에 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일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굳이 가장 중요한 요소를 들라면 각 사람이 삶, 사회, 일상, 생명, 자연 등을 인식하는 체계가 아닐까 한다. 여기에 보건 의료에 관한 어느 정도의 지식과 기술이 보태지면서 생활 속 건강이 실현되는 것이다.

나는 얼마 전부터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된 ‘공공 의료 확충팀’의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만 7년 넘게 몸담았던 보건의료원을 떠난 것은, 우리 사회의 공공 의료 확충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공공 의료를 폄하하는 시각이 팽배한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공교육과 마찬가지로 공공 의료는 사회 전반의 공익성 강화에 큰 요소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건강 보험 체계가 사회적 연대와 공적 부조의 이념을 기반으로 국민 전체를 포괄하는 사회 보험이고 진료비 수준을, 대단히 불완전하지만 국가의 보험 기구가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들 중에는 우리나라 건강 보험이 의사의 전문 활동을 억압하고 규제한다고 미국 제도를 동경하는 이들이 꽤 있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소중히 살리고 키우는 일에 소홀한 것도 사실이다.공공 보건 의료를 강화하고 이를 활용해서 건강권을 충족시키고 건강 수준을 향상하게 하는 정책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여성 스스로 건강 관련 공공 기반을 갖추고 의료 서비스가 폭넓게 제공될 수 있는 정책을 요구하고 보건 의료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몸 우리 자신』은 우리에게 보건 의료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건강이 상업적 소비재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는 인식을 일깨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현존하는 의료 · 의료인 · 의료 체계가 완성된 것도, 불변의 것도, 최선의 것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시종일관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좀 더 나은, 좀 더 여성에게 적합한’ 변화를 추구하는 자세를 놓치지 않는 이 책은 보건 의료 정책 입안자들이 꼭 읽어야 할 교과서이자, 우리 사회 소수자들에게는 말할 수 없이 큰 힘이 될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건강권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를 우리 모두 생각해 보자.

― 문정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공공의료확충팀장)

 

 

 

 

한국어판 서문

 

최근 1~2년 사이 우리 사회에는 잘 먹고 잘 살기 열풍이 불어 닥쳤습니다. 한  TV다큐멘터리가 촉발한 이 열풍은 ‘웰빙’이란 말로도 이름을 날렸습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추구하는 생활양식이 문화 코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웰빙’ 붐을 타고,  헬스나 요가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곳에 사람들이 몰리고, 유기 농산물 매장과 건강용품점이 최근 인기 매장으로 부상하고, 건강서나 건강 관련 TV프로그램, 신문 기사도 부쩍 늘었습니다. 건강 정보가 넘쳐나고, 건강 염려증에 사로잡힌 사람들까지 생겨났습니다. 한편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는 이들도 있습니다. 넘쳐 나는 ‘웰빙 상품’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로 비치니까요.우리 몸을 스스로 돌보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니까요. 그런데 우리들 가운데는 무의식중에 내 몸의 주인은 남자 친구거나 남편, 담당 의사, 대중 매체라고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외부 시선의 기준에 맞추어 내 몸과 마음을 조형하고 재단하는 현실이 그렇습니다. 우리 몸과 우리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우리 몸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지식과 지혜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대중 매체에 넘쳐 나는 정보를 가려낼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내맡긴 채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내 몸을 스스로 돌보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는 소홀하지 않은지, 곰곰이 짚어봐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듯합니다.

『우리 몸 우리 자신』의 원제는 OUR BODIES, OURSELVES입니다. 번안 대상으로 삼은 책은 1998년에 출간된 7차 개정판입니다. 이 책은 1969년에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여성대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여성과 몸’ 회의에 참가한 열두 명의 여성들이 모두 병원에서 분노와 짜증을 느낀 적이 있음을 토로하면서 여성의 몸 ·  건강 토론 모임을 만들었고 이듬해 ?여성과 그들의 몸?이란 제목의 소책자를 펴냈습니다. 1972년에는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라는 조직을 결성해 소책자를『우리 몸 우리 자신』이란 제목으로 재출간했습니다. 그 후로 이 책은 여러 차례 개정되었고(2005년 5월, 8차 개정판 출간),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안되었습니다. 30여 개국에서 번역 · 번안되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나라의 여성들이 이 책 번역 · 번안 · 응용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우리 몸 우리 자신』 한국어판은 번역 기획을 한 지 7년여 만에, 본격 작업에 들어간 지 4년여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화 사무실에는 오래전부터 동인들이 기증한 1970년대 영어판과 1980년대 일본어판이 돌아다녔습니다. 강독 모임도 더러 있었으나 번안 프로젝트를 수행할 형편은 못 되었습니다. 그래도 강독 모임이 돋움이 되어 또 하나의 문화 제16호 『여성의 몸 여성의 나이』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인력이나 재정이 마련되지 않아 수년간 기획 상태에 머물러 있던 차에 번역을 제안하는 이들이 나타났습니다. 다른 경로로 이 책을 접한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들이었습니다. 여성 서넛이 의기 투합해 이 책에 관심을 보인 여성들을 모으고 소개받고 해서 2001년 겨울, 30여 명의 자원 번역 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모두 2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각기 한 장씩, 분량이 긴 장은 둘이 짝을 이뤄 초벌 번역을 했습니다. 2003년 1월 번역자 일부, 몇몇 출판사 편집자, 대학원생 등으로 이루어진 자원 편집 활동가들이 1년 반 동안 한 달에 한두 번씩 또 하나의 문화 사무실에 모여 번역 원고를 검토하고 읽기 쉽도록 문장을 골랐고, 한국에서 도움을 받을 만한 자료 목록들을 챙겼습니다. 2004년 11월부터 여섯 달 동안 여성주의 번역가들이 붙어 원고를 다시금 손질하고, 한국 자료를 보충해 넣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갔고, 내 몸에 대한 ‘무지’를 토로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의료 제도를 상술한 내용을 읽으면서 미국 여성의 현실을 파악하게 되는 한편 이것이 한국에서 적용된다면, 또는 한국의 현실은? 등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정치적으로 옳은’  번역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남성, 이성애 부부 관계, 비장애인, 자민족 중심의 언어를 무심코 옮기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습니다. 대안이 될 만한 번역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만 이미 사회에서 소통되고 있는 말들을 바꾸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못 알아들어 소통이 어긋난다면 본래의 취지와는 크게 어긋나는 결과를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 가운데 몇 가지는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바꿀 때에 고려한 원칙은 여성을 주체로 하며, 그 여성은 다양하며, 여성의 경험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말들을 골랐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생리’는 월경, ‘폐경’은 완경, ‘삽입섹스’는 성기결합이나 질성교 또는 흡입섹스, ‘처녀막’은 질주름으로 바꿨습니다. 본문에서 자주 나오는 말 중에 고치지 못하고 남겨둔 부분도 있습니다. ‘산부인과’, ‘부인과 질환’ 같은 말입니다. 여성의학과나 여성클리닉 등으로 개칭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것 같아 그대로 두었습니다. ‘부인과 질환’이란 기혼 여성을 가리키는 부인에게만 한정된 질환은 아닙니다. 그런 명칭과 병원 분위기 때문에 많은 비혼 여성들이 ‘산부인과’ 검진을 꺼리고 그러다가 치료가 늦어져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하는 예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적절한 번역어를 결정한 다음에는, 우리 현실과 크게 달라 직접적인 도움이 덜 될 내용을 덜어 냈습니다. 물론 장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특히 인종 차별, 유색인과 관련한 부분은 맥락에 따라 덜어낸 부분도 있고 그대로 둔 부분도 있습니다(원서에서 유색인이라고 할 때 한국계 미국인이 포함되지만, 한국어판에서는 주요 독자가 한국에 거주하는 이들임을 감안하여 불가피한 편집이었습니다. 지구화의 맥락에서 한국 사회도 노동이나 결혼을 통한 이주 여성들, 이주 노동자의 자녀들로, 한국 사회 구성원의 인종별 구성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우리 사회에 이미 ‘유색인’들이 존재했습니다. 한국전쟁, 미군 주둔 등으로 태어난 혼혈인들, 중국에서 이주하여 정착한 화교 등이, ‘단일 민족’을 내세우는 이들에게는 우리 사회의 ‘유색인’일 것입니다). 미국 상황이라고 해도 앞서 있거나 참고할 만한 제도나 법률, 통계 등은 살려 두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한국 통계나 제도를 찾아, 같이 싣거나 대체하거나 주로 처리했습니다. 한국 자료를 인용한 부분은 출처를 밝혔습니다. 이 책에는 ‘미국에서’란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독자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 맥락을 밝히려는 의도에서 보탰습니다. 또한 통계 자료나 법적 현실을 한국의 것으로 대체한 것은 ‘한국에서’란 말을 덧붙였습니다.

여러 면에서 우리 상황과 다른 점이 많아 한국의 상황을 끼워 넣기 어려운 몇몇 장은 미국 현실을 그대로 담은 원서 번역에 충실했습니다. 10장 동성애, 17장 인공유산 등이 그 예입니다. 한국 사회의 제도나 법률이 뒷받침되지 않으나 미국의 법이나 제도, 운동의 역사가 한국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해당되는 장 첫머리에 그 점을 밝혔습니다. 장 중간에 나오는 글상자에 한국 상황이나 역사를 정리한 부분도 더러 있긴 합니다.

다른 장에 비해 한국 자료를 좀 더 충실히 담아낸 장도 있습니다. 2장 먹을거리, 7장 환경과 직업, 8장 폭력이 해당합니다. 한국에서 여성들이 주도하는 생태·환경 운동, 성폭력·가정폭력 추방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운동의 성과를 담아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문을 많이 덜어낸 장들도 있습니다. 25장 보건 의료 정치학, 27장 변화를 위한 연대가 그 예입니다. 25장은 미국 의료 체계를 비판적으로 점검한 장인데, 한국 현실과는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개인 보험 위주와 기업화된 형태의 미국 의료 기관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는데, 연구자가 아닌 일반 한국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27장 변화를 위한 연대에서는 미국 운동 사례를 열거한 부분을 대폭 덜어내고 한국의 활동 사례를 보탰습니다.

13장 피임과 18장 보조 생식술에는 지난 달에 미국에서 출간된 8차 개정판(2005)의 내용 일부를 보탰습니다. 생식과 관련된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이나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몇 가지 새로운 피임법과, 급부상하고 있는 생명공학을 다룬 부분입니다.

이 책에서 인용문으로 처리된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원서 그대로입니다. 미국 여성들의 사례지만, 우리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우리 맥락에서 읽힐 수 있도록 이름이 거론될 때 인용문의 맥락을 파악해 대부분 3인칭으로 바꾸었습니다. 예를 들면 ‘내 딸 셀리는’을 ‘내 딸은’ 식으로 말입니다. 한국에서 이 책이 소개될 때 구체적인 이름보다는 상황을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한국의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자는 이 책 출간의 취지를 살려, 영문 자료를 밝힌 각주와 영문 참고문헌을 생략했습니다. 대신 각 장 끄트머리에「정보꾸러미」를 두어, 한국어로 된 책이나 영상, 웹사이트, 연락처 목록을 정리했습니다. 정보꾸러미에 열거한 자료를 한국어판을 작성할 때 일일이 참고한 것은 아닙니다. 관련 단체에서 발행한 자료집이나 책에 정리된 목록들을 추려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여성 건강과 관련해 도움이 될 만한 영문 웹사이트는 8차 개정판에 있는 최신 자료를 추려서 27장 변화를 위한 연대 「정보꾸러미」에 소개했습니다.

본문 사진을 대폭 교체했습니다. 그림은 원서에 있는 것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많은 분들과 단체, 기관이 도움을 주셨는데, 사진마다 제공자 출처를 밝혀 두었습니다. 특히 「여성신문사」를 비롯해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삼신할매」, 「에이즈정보센터」 등에서 사진을 여러 장 제공해 주셨고, 여러 여성주의자들이 모델을 자청해 주셨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이 우려하는 질병화, 의료화 현상은 우리 사회에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출산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생애 한 과정인 출산은 ‘질병’이 되었고, 임산부는 ‘환자’가 되었고, 제왕절개 출산율은 세계 최고를 자랑합니다. 또한 여성을 대상화하는 국가 정책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출산 파업’이라고 이를 만한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에 정책 당국은 여성 자신이 임신 · 출산 결정권을 가진 주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을 주체가 아닌 ‘아기주머니’로 여전히 인식하고 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습니다. 건강, 여성의 몸의 문제는 한 개인에게 귀속되어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사회와 세계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 문제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사고의 틀을 바꾸고 사회의 판을 다시 짜지 않으면 여성들의 ‘출산 파업’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대안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음을 목격합니다.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일들을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드러내 놓고 이야기해 보자며 새로운 일들을 벌이는 여성들이 많아졌습니다. 월경 페스티벌, 초경파티, 완경파티, 대안 월경대 만들어 쓰기 등 월경 관련 운동, 출산을 생애의 자연스런 사건으로 받아들여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집이나 조산원에서 낳으려는 자연 출산 운동, 규격화된 외모나 체형을 기준으로 여성을 평가하는 데 반대하는 안티미스코리아페스티벌, 빅위민패션쇼 등 신나고 다채로운 행사들을 여성들이 벌이고 있습니다.이 책은 일차적으로 우리 여성들이 내 몸의 주인으로서, 의료 소비자로서 알아야 할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보건 의료 서비스 종사자들이 보건 의료 소비자들을 제대로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교과서이며, 보건 의료 정책 담당자들이 여성 의료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해야 할 안내서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엮어 옮긴 우리 대다수는 보건 의료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나 건강 운동 단체에 소속된 활동가가 아닙니다. 우리 몸과 우리 자신을 알고 싶어 모인 여성들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내는 데 여러 해가 걸렸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몸 우리 자신』이 한국 여성들이 유익한 정보를 찾는 데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성이 자기 몸의 주인이 되는 데 길잡이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일은 출간이 아닌, 독자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우리 몸과 우리 마음의 주인으로서, 의료 소비자로서 주권을 찾는 일을 시작하는 순간에 이 책은 완성될 것입니다.

 

                                                        2005년 6월

                                                        또문몸살림터

 

 

 

25주년 기념판 서문

 

내가 여성 건강 운동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71년에 두 명의 여성을 만나고 나서다. 플로리다 주 게인스빌에 사는 캐럴 다우너와 로레인 로스먼. 그이들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에 우리는 처음으로 의학이 전문가의 몫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여성이 자기 몸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이해하게 되었다. 임신, 출산을 스스로 책임지고 자기 삶을 변화시킬 힘을 우리 스스로가 갖는다는 생각에 흥분이 되었다. 전국 각지의 여성들이 자신이 받는 의료 서비스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여성만을 위한 건강 정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가 바로 그런 집단이고 그곳에서 나온 첫 출판물인 『우리 몸 우리 자신』은 자기 건강을 직접 챙기는 여성들의 예를 보여 주었다.

그 만남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남편은 서른셋의 나이에 심장 발작을 일으켜서 세상을 떠났다. 그 일로 충격을 받아 나는 모든 것에 회의가 들었고, 특히 의료 체계와 건강 정보가 전파되는 방식을 미심쩍게 여기게 되었다. 1970년대 초에는 고혈압이 위험하다는 게 상식이 아니었다. 남편과 나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석사 학위가 있었고 남편은 박사 학위 받을 날을 4개월 남겨 두고 있었지만, 결국 교육을 많이 받았다는 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기 몸을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 모르면, 근본적으로 무식한 것이다. 건강 정보는 우리 생활에서 공유되어야 하고 그래야 삶의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나는 여성들의 말에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의학 정보를 가질 권리,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의 중요성,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들의 말에 자극을 받아서, 우리 다섯(주디 레비, 마거릿 패리시, 조앤 에델슨, 벳시 랜들데이빗, 나)은 1974년 5월「게인스빌여성건강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임신 3개월 내의 인공유산을 시술했고 여성 친화적인 ‘산부인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1970년대의 정치적 분위기 덕분에 여성 건강 운동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운동의 중심에는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가  있었다. 이 조직은 보스턴에서 역사적인 1975년 대회를 주최했고 ?게일스빌여성건강센터?의 우리 다섯 명도 거기에 참가했다. 그 대회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우리 마음과 영혼에 메아리치고 있다. 그 대회에서 우리는 기존 체제에 의구심을 품고 섬세한 새 건강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 대회는 내가 여성 건강 운동에 헌신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78년에 나는 대안적인 출산 센터「버스플레이스」를 공동 설립했고 1981년에는 ?흑인여성건강프로젝트?를 창립했다.『우리 몸 우리 자신』은 여성 건강의 필독서다. 셀 수 없이 많은 여성들이 의사를 찾기 전에, 또 진단을 받고 나서 이 책을 찾아보았으며 언제나 이 책에 나오는 직접적이고 정직한 이야기에 위안을 받았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이 책을 남들 앞에서 쫙 펼쳐 놓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이나 책 내용에 당혹감을 느껴서 남몰래 읽고 싶어 하는 사람 등 모든 성향의 여성들에게 이 책을 수백 권 나눠 주었다.『우리 몸 우리 자신』은 다른 여성들과 함께 건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었다. 우리 대부분은 침묵의 음모에 가담하고 있었다. 자신이 병에 걸린 것을 부끄러워했고 자신을 고립시키면서 건강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병은 우리가 해결할 문제’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여성들이 침묵 속에서 괴로워할 필요가 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우리 몸과 우리 삶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성 건강 운동은 1970년대에 의료 제도 개혁을 촉발했다. 여성들은 대중에게 건강 정보가 너무 적다는 것, 의료 시술이 남용되는 것, 안전한 피임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은 출산, 완경 같은 자연스러운 여성 몸의 과정을 질병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거부했고, 외래 환자의 수술 절차에 원칙을 확립했다. 여러 해 동안 여성 건강 운동의 요구들 중 많은 부분이 일반 의료 절차에 통합되었다.『우리 몸 우리 자신』은 민족 · 인종 · 종교 ·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여성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자기 건강을 점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 왔다. 그 새로운 관점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변화는 개인에게서 시작되고, 개인은 지역 사회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투쟁은 계속된다.

― 빌리 에이브리

 

 

1970년 소아과 수련의였던 한 젊은 여성에게서 여성이 쓴, 여성에 관한 책을 한 권 받았다. 신문 용지에 인쇄된 그 책은 제본도 싸구려로 되어 있었다. 나는 당시 마흔하나였고 몇 년간의 괴로운 결혼 생활의 상처에서 막 회복되기 시작하던 때다. 그때는 내가 푸에르토리코에서 이민 온 직후여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전문직 여성이자 뉴욕에 사는 독신 어머니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투하고 있던 시절이다. 『여성과 그들의 몸』이라는 제목의 이 책 초판을 읽고 나는 기쁨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내가 토론에 참가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 지은이들이 내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듯 느껴졌다.

처음에는 모여서 의사들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던, 이 엄청난 재능을 가진 여성 집단은 스스로 힘을 기르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자기 몸에 대해 공부했고 자기 느낌에 대해 토론했고 자신이 가진 지식을 다른 여성들과 나누었다. 그들의 개인적인 힘, 집합적인 힘은 이 책 곳곳에서 빛을 내뿜었으며, 내게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대안적인 의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내게 싹틀 무렵 그들의 책은 내 생각에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 그것은 민중의 지혜와 자율성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성들이 자기 자신과 다른 여성들을 소중히 여기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정치적인 교훈을 끌어냄으로써 얻게 되는 깨달음과 용기는 내가 일생일대의 과업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됐다. 나는 여성의 건강권을 주장하는 다른 집단에 합류했다. 나는 건강 문제에 관해 여성들의 강한 목소리를 내는「여성건강네트워크」창립 회원이 되어 여성 건강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1970년대 초에 나는 많은 비난을 받고 있던 시립 병원인 사우스 브롱스의 링컨 병원에 있었는데, 내 동료 중에는 사회 부정의를 타파하기 위한 운동을 하는 일군의 소아과 수련의들이 있었다. 그들은 의사, 간호사, 기타 병원 노동자들로 구성된 ?링컨 모임?이라는 그룹에 속해 있었는데, 병원 규칙과 규정, 또는 다른 동료들과 갈등을 겪을 때가 많았다. 링컨 모임의 목적은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향상하는 것이었다. 그 모임 때문에 우리 도서관에 비치된  ?우리 몸 우리 자신?의 여러 판들은 모두 모서리가 닳고 다 해졌다. 이 책의 내용이 커뮤니티 그룹의 강좌와 토론에서 사용되었고, 강의 자료로도 쓰였기 때문이다.

이 책이 촉발한 토론과 강독, 조직화 노력 덕분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여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여성을 건강 추구의 동반자로서 좀 더 존중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당연시되는 여성에 대한 의료 행위에 대해서도 의사와 간호사들이 의문을 품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은 여성들 덕분에 젊은 의사들이 환자와 의사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여러 해를 거치면서 건강서 공동체는 어려운 수정, 보완, 확장 작업을 했다. 새로운 지식이 생겨났고 사람들의 요구도 바뀌었으며 정치 상황과 관점도 변화했기 때문에 지은이들은 계속 개정판을 내야 했다. 모든 세대의 여자들이 『우리 몸 우리 자신』에서 자기 이야기를 발견하고 기뻐할 수 있던 것은 이 책이 언제나 그 무엇보다 믿을 만한 여성들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자각이 건강,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우리 지식의 근원이라는 생각은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이제 여성들은 의료 서비스직과 의료 행정직에서 전례 없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높은 임금을 받거나 결정권을 갖는 지위에 있는 의료계 여성의 비율은 낮지만, 의료 서비스 체계가 여성을 취급하는 방식에 그들이 발휘하는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이 통제력을 갖는 체계부터, 환자나 의사들과는 거리가 먼 경영자가 통제하는 병원 기업에 이르기까지, 의료 서비스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것은 더 면밀히 예의 주시해 보아야 할 상황이다. ‘경영의 관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 세계에서는 서비스의 질이나 양이 아니라 비용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우리 여성들은 우리 자신과 우리 집단의 힘을 기르고 건강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데 의식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은 우리 운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더 많은 여성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투쟁에 여성이 앞장서야 한다. 특히 저소득 여성, 유색인 여성, 이민 여성, 장애인 여성, 나이 든 여성이 피해를 입기 쉽다.

새로 나온 『우리 몸 우리 자신』은 우리에게 직접 이야기를 건네고 있으며, 우리가 우리 몸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건강서공동체」는 사반세기 동안 이 작업을 해 오면서 우리의 건강권을 위해 싸우고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를 준비시키는 역할을 했다. ?건강서공동체?여성들은 더 건강한, 더 평등한 의료 서비스 체제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는 더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더 건강한 우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다.

― 헬렌 로드리게즈트리아스

 

 

장차「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가 될 그룹이 1969년 첫 모임을 가졌을 때, 나는 ?뉴욕?정치부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었다. 나는 백인에다 서른다섯 살에, 대학을 다닌 중산층의 특권을 누렸다. 바꿔 말하면, 가장 좋은 의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극소수 인구 집단에 속해 있었다. 저널리스트였기에 모르는 것을 알아내야 하는 위치이기도 했다.그러나 여성운동이 없던 시절에 ‘가장 좋은’ 정보라는 것은 의료계에서 적합하다고 판단한 제한된 정보뿐이었다. 즉 환자에게 맞는 정보, 특히 여성에게 맞는 정보라고 여겨진 것만 얻을 수 있었다. 그런 탓에 몸에 이상이 있을 때에만 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권장 식단에 포함된 동물성 지방의 대부분, 정제 설탕, 호르몬, 화학 물질이 위험한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또는 그런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인공유산이 불법일 때 인공유산을 했던 미국 여성 3분의 1가량이 그랬지만, 나도 인공유산이 필요하면 암흑가에서 몰래 생명과 안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술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한번 인공유산을 한 다음, 그런 위험을 다시 무릅쓰는 일을 피하기 위해 나는 ‘최선의’ 의학적 조언에 따라 십 년 동안 과다한 양의 피임약을 복용했다. 나는 그렇게 자신을 해치는 행동을 했을 뿐 아니라 통념에 근거한 많은 습관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정상이라면 설탕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심장 마비가 오기 쉬운 남자들만이 콜레스테롤이나 심혈관 상태를 걱정해야 한다고 여겼고, 남성의 폭력은 불가피한 것이어서 여성이 주의해서 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삶의 조건들은 여성이라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대가처럼 보였다. 남자가 90% 이상인 의사들에게 여성들이 몸을 내보여야 하는 것(출산을 위해 병원에 가는 것을 감안하면 여자가 남자보다 30% 이상 더 많이 의료 시설을 이용할 텐데 의사들은 대부분 남자다),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기 위해 버둥거리는 벌레처럼 다리를 위로 들고 누워야 하는 것(반듯이 눕는 자세가 획일적으로 강요되어서, 출산하는 여성들도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누워 있어야 한다)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나는 이런 개인적인 관찰을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우리 경험을 신뢰하고 비교하고 수집하는 것은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혁명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페미니즘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기도 하다. 25년 전의 메시지가 사실 얼마나 혁명적이고 통찰력 있는 것이었는지를 보려면, 여성의 힘이 훨씬 약했던 여성운동이 없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된다. 가진 것이 많은 여자들조차 무지했고, 모욕을 당했으며, 여성의 몸을 자각하지 못했다(게다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여성들 중 자궁을 들어낸 비율은 여성에 대한 특별한 학대라 할 만큼 높았다). 그리고 가진 것이 적은 여성들은 훨씬 더 혹독한 대우를 받았다(예를 들면 빈민 여성들에게서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훨씬 더 높은 것은 유방암 발견이 늦기 때문이다).

힘차고 대중적인 여성 건강 운동이 벌어진 지난 사반세기 동안 많은 것이 변화했다. 정신 건강이 증진되었고 여성의 평균 수명이 연장되었으며, 여성 의료 소비자들의 자신감과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인종 · 계급 · 나이 · 성적 취향·장애 여부에 따른 차이는 여전히 있지만, 미국 여성의 전반적인 삶은 매우 크게 변화해서, 의식화와 집단 운동이 목숨을 구하는 데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사실 남성의 건강도 증진되었는데, 여성이 주도한 개혁 덕분에 수명이 연장되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약 포장지에 명시하는 것(피임약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해낸 운동의 성과), 의료 절차 내내 카운슬러가 환자와 동행해 주는 것(인공유산 시술소들이 이뤄 낸 혁신적인 일) 등이 여성이 주도한 개혁의 결과다.

그렇지만 서로의 경험을 나누지 못하게 하고 우리 운동을 가로막는,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의료계의 이중 규범, 성의 이중 규범은 아직도, 의사가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간에 남자라면 여자 몸을 여자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믿게 만들려 하고 있다. 공해를 일으켜 부당 이득을 취하는 자에서, 남의 외모를 단속하려 드는 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불필요한 ‘손질’을 위해 우리를 의료 시설로 보내고 있다. 제약 회사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값싼 예방약들을 제조하기보다는 새로 발견한 비싼 ‘치료제’로 돈을 벌 속셈만 차리고 있고, 심지어 그런 비싼 약 개발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여전히 극소수가 대다수보다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받고 있다. 그리고 정보가 있느냐 없느냐,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출산 · 임신 · 인공수정에서 태아 세포 치료에 이르는 새로운 영역은 질병 치료에 유망하지만 인공유산 반대 세력의 위협 때문에 저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 몸에서 시작해서 사회 위계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남성 지배적이고 인종 차별적이며 부당한 여러 제도들은 모두 가장 기초적인 생산 수단이자 생식 수단인 여성의 몸을 지배해야만 한다. 그래야 합법적으로 아이들을 ‘소유’할 수 있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노동자와 군인들의 숫자를 결정할 수 있고, 또 인종(그리고 계급)의 ‘순수성’을 유지해서 위계 체계가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안전한 임신이나 안전한 인공유산을 주장하면서, 남성 폭력이 중요한 건강 문제라는 것을 드러내면서, 환경에 있는 발암 물질을 밝혀내면서, 성적 존재나 의료 서비스 소비자로서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있다. 사실 여성들은 남성 의료 소비자에게도 세력화와 운동의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이제 이 운동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몸 우리 자신?도 세계적인 책이 되었다. 여러 나라에서 번안되거나 차용되었고 많은 언어로 출판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세계에 널리 퍼지고 있다.이 책에서 여러분은 경험을 공유할 때만 나올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여러분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길 바란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

 

 

 

머리말

 

『우리 몸 우리 자신』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처음의 취지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내용이 엄청나게 보완되고 늘어난 이 책을 초판 독자들과 오랜 친구들에게 바칩니다. 1970년에 처음 출판된 이 책은 건강과 성, 육아에 관한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에 의한 한 강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최초의 필자들은 역동적인 1960년대의 마지막 해에 보스턴에서 매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는 미국과 세계의 여성들이 함께 경험을 나누고 여성의 삶에 존재하는 부정의를 드러내던 때였습니다. 살아온 이야기와 병원 경험을 나누면서 우리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며 우리가 겪은 일이 혼자만의 경험이 아님을 깨닫고 놀라고 흥분했습니다. 우리 몸에 관해 우리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모아서, 우리는 유용한 지식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곧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큰 힘이 보건과 의료 서비스의 질과 이용 가능성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지식과 영향력을 함께 나눔으로써,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꿀 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책은 여성들에게 길잡이가 되었고 국내 국제 여성 건강 운동을 시작하고 지속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여러 언어로   4백만 부 이상이 팔렸습니다.

도서 시장에 나온 대부분의 건강 서적과는 달리 『우리 몸 우리 자신』은 여러 면에서 특별합니다. 이 책은 여성들의 경험이란 뿌리에서 자라난 것입니다. 이 책은 여성의 몸과 여성의 삶의 의료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현대 서양 의학뿐 아니라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심신 일원론적인 지식도 강조합니다. 이 책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결정짓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서 여성들의 경험을 파악합니다. 따라서 개별적이고 편협한 ‘자가 치료’나 자조적 접근법을 넘어서서, 많은 소녀들, 여성들, 가족들에게 적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 차별, 인종 차별, 경제적 압박의 맥락에서 건강을 바라봅니다. 이 책은 손익 계산만 생각하는 경영 철학과 이윤 동기에 좌지우지되는 병원 기업의 잘못된 행위도 비난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몸 우리 자신』은 여러분 자신의 통찰력과 경험에서 우러난 정보를 이용해 우리 모두가 받는 의료 서비스에 깔려 있는 가정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게 해서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위해 의료 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정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몸 우리 자신』 21세기판은 완전히 개정되어 모든 장에 새롭게 보강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상의 여성 건강 정보를 열거하고 평가했습니다. ‘몸 이미지’와 ‘성’에 관한 장은 처음으로 인종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로와 폭력, 여성 흡연 증가가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라고 보고, 좋은 음식과 운동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했습니다. 레즈비언이 아이를 갖겠다는 선택을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생기는 새로운 이슈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와 성전환 문제, 에이즈 바이러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여성들, 안전한 섹스에 관한 가장 최근의 권고에 대해서도 다루었습니다. 인종, 계급, 성별에 기초한 억압들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더욱 광범위하게 다루었습니다. 그런 것이 여성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다루기 쉽지 않고 복잡한 ‘경영 마인드의 의료 서비스’  체계와 협상하는 방법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체계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삶에 훨씬 더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그런 체계의 장단점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더 중요하게 주장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평등한 의료 서비스 체계입니다.

최근 30년에 걸쳐 『우리 몸 우리 자신』은 분야와 깊이 면에서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최초의 필자들은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을 이 책을 만드는 데 끌어들였고 판이 개정될 때마다 새로운 시각을 덧붙였으며, 이 책 전체에 아주 빈번하게 등장하는 ‘우리’의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이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이 책에 기여한 많은 커뮤니티 즉, 레즈비언, 유색인 여성, 장애 여성, 나이 든 여성과 젊은 여성 등등이 이 책의 방향과 초점을 변화시켜 왔습니다. 이 책이 계속 읽히고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은 감개무량한 일이지만,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아 가는 과정은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예를 들어 백인 여성들로 구성된 집단들이 그렇듯, 우리는 처음에 사회의, 그리고 우리 자신의 내면화된 통념과 싸워 왔습니다. 그것은 중산층 백인 여성이 모든 여성을 대표하고 따라서 여성 건강의 주제를 결정하고 우선해야 할 일을 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통념은 유색인 여성들을 침묵시키고 무시함으로써 부당한 짓을 저지르게 합니다. 또한 어렵게 얻어지는 지혜, 생명을 구할 결정적인 정보를 우리 모두에게서 빼앗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즈음에는 더 많은 유색인 여성들이 이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해 왔습니다. 몇 장을 쓰기도 했고 각 장을 편집하고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제외할 것인가, 어떤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제시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더러 긴장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로 인한 격렬한 토론은 이 책의 내용을 매우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유기적 과정이 그렇듯, 어떤 갈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초판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이제 오십대가 되었거나 그보다 더 나이를 먹었습니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여성 건강의 정치학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았습니다. 이 책의 오랜 역사를 이어가고 또 이 책이 계속 새로워질 수 있도록, 수백 명의 여성들 즉, ‘보통’ 여자들, 지역 사회를 꾸리는 사람들, 사회 과학자들, 학생 인턴, 친구들, 건강 운동가들, 의료 전문가들 등이 이번 판을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우리 몸 우리 자신』초판이 나왔을 때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많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와 경험을 이 책에 상당 부분 반영했습니다. 그중에는 「건강서공동체」회원의 딸도 있습니다. 「여성건강정보센터」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우리 연구에 많은 지원을 해 주었고 독자들을 상대하고 건강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하고 국내외의 여성 건강 운동에 참여하고 여성 운동과 기록 센터 운동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여성 건강 운동의 큰 성과에도 불구하고, 29년 전 『우리 몸 우리 자신』이 생겨나게 한 요인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건강상의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가난, 노숙, 굶주림 등 건강을 해치는 요소들은 더욱 악화되어 왔으며, 영어를 못하는 유색인 여성에게, 또 미국과 전 세계의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특히 더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의료 체계는 여전히 거대한 사업 분야로 건재하고 오늘날에는 제약 회사, 의료기 회사와 더욱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점점 더 전국적이고 다국적인 이윤 추구 업체들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소비자’로서 보건 정책을 통제하고 정책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싸워야 합니다. 산업계에서는 계속해서 물과 흙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점점 더 보수화되는 미국 정부는 경영자의 이해관계에서 나온 요구만을 들어주고 있고, 우리의 건강과 삶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복지 프로그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연방 기금을 과도하게 삭감하거나 없애고 있습니다. 복지 ‘개혁’은 이민자들이나 저소득 어머니들에게는 훨씬 더 큰 괴로움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천년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이 책을 처음 만들던 때 우리가 가졌던 목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그 목표는 이 책 안에 여성 건강 정보를 많이 채우는 것, 우리 모두가 자신의 건강과 삶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하는 것, 진보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여성과 남성을 지원하는 것, 건강한 삶이 사치품이나 특권이 아니라 인권의 하나가 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등입니다.

우리가 초기에 함께한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는 소집단 모임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서로 나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여성들의 전통적인 유산의 중요한 부분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은 항상 동네에서 경험을 서로 나누면서 지혜를 얻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만나서 마음껏 이야기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에게서 배울 것을 권합니다. 요즘에는 더 많은 여성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여가 시간이 거의 없고 가족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집 가까이에서, 거실에서, 동네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세요. 교회에서, 성당에서, 절에서 서로를 찾으세요. 가까운 여성 센터에서, 그리고 여러 모임에서 다른 여성을 만나세요. 가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를 지원할 방법을 찾아보세요. 중요한 사안에 관해 함께 이야기하고 모임을 만들어 보세요. 부딪쳐 싸우는 것은 여러분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기분도 좋아질 것입니다!공동의 관심사를 확인하는 동시에 각 모임의 독특한 요구를 존중하면서도 일치단결할 때, 우리는 정치적인 힘을 얻습니다. 모든 사람이 노력해도 이런 단일체는 부서지기 쉽습니다. 우리는 서로 연대해서 일어설 공동체를 만드는 길을 닦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인종, 계급, 민족, 경제 형편, 성적 취향, 가치관, 전략, 권력의 정도 때문에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기가 어렵고, 또한 이런 차이가 우리를 갈라놓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여성들은 각자의 삶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함으로써, 모든 여성의 목소리가 표현되고 모든 여성의 삶이 보살펴지도록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건강한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여성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우리 몸 우리 자신』에 담긴 정보가 여러분에게 힘을 주고 유용한 도구와 아이디어를 주기를 바라지만, 이 책은 전문적인 보건 의료 서비스를 대신하는 책은 아닙니다.

※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는 여성과 건강에 관한 교육에 전념하는 비영리 기구입니다. 우리의 많은 프로젝트와 서비스 중 하나는「여성건강정보센터」입니다. 이 곳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에 있는 단체들과 여성들에게 자료를 무료로 널리 배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산술과 생식 관련 건강 프로젝트도 몇 가지 진행 중이며, 각국 여성들이『우리 몸 우리 자신』을 자국 상황에 맞게 번역 · 번안하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우리 몸 우리 자신』판매에서 생기는 저작권 수입은 우리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기에 충분치 않습니다. 그래서 건강서공동체는 지속적으로 기부금과 보조금으로 기금을 충당해야 합니다. 세금 감면이 주어지는 기부금을 환영하니 다음 주소로 보내 주십시오. 34, Plympton Street, Boston, MA 02118, U.S.A. 고맙습니다.